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양주일 여행박사 대표 이메일 전문

by 이슈내놔라 2020. 10. 20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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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 : 마지막 메일일 것 같네요.
 
눈 떠보니 이시간이네요
술을 좀 먹고
노트북을 켜고

메일을 보내려다

식탁에서 잠이들었네요

몇번을 쓰고 지웠는지 모릅니다

드라이하게 사유만 적을까

마음에 있는 이야기를 전달할까

쓰고 지우고 쓰고 지우고

 
이 시간이 오지 않았으면 하고 기원했지만

오고야 말았습니다

매번 다음을 기약한다고 말씀 드렸지만

그 시간은 언제일지 모르게 아득히 멀어졌네요

 
누군가는 모든게 계획이지 않았냐고 분노하시겠지만

이런 이야기만은 하지 않기를 간절히 바랬습니다

6개월전 부임할때만해도

좋은 회사 만들어 보겠다는 건 진심이었습니다

백마디 천마디 말을 해도

납득할 수 없는 말들일 것이고

머리론 이해해도 가슴이 거부할 거 같네요

그래도 잠시 함께 고민했던 조직장님들께

말씀은 드리는게 제가 할 수 있는 마지막 예의라 생각합니다

 
여행업에 와서 만난 분과 술한잔 할때

그분이 그러시더군요

여행업은 미래를 가불해서 살아온 것 같다고

수탁고는 늘었고 통장은 가득했기에

제 살 깎아먹는 줄 모르고 살았다고

정상이 비정상이고 비정상이 정상같은 이상한 상황이네요

 
그냥 지금처럼 살다가

여행이 재개되면 다시 출근하고 일을 하면 좋겠지만

실낱같은 연을 유지하기에도

회사가 숨만 쉬기에도 어려운 상황입니다

이 재난은 오래갈 것 같습니다

다들 아시는 것처럼 다른 일을 찾으세요

여행이 재개 되더라도 다들 달릴 것이고

그럼 또 마이너스 경쟁이 될 것입니다

틀림없이 이 업계는 다운사이징으로 갈거에요

 
어제 노사협의회를 열어

희망퇴직과 정리해고에 대해 이야길 드렸습니다

그게 뭐 정리해고지 희망퇴직이냐 하시겠지만

지금은 그마저도 잔고가 없고 대출받아 지원하는 실정입니다

마음 같아서는 2달, 3달 급여로 하고 싶지만

100만원이 100명이면 1억이네요

그놈의 그 알량한

돈이 없습니다...

 
오늘 낮에 공지를 할 것이고

자세한 내용은 공지를 봐주시길 바랍니다

메일을 보내놓고

아침이면 후회할지도 모르겠습니다

제 글이 뉴스에 퍼질까 두렵기도 하고

그래도 이렇게 쓰는건

저도 한 사람이라는거

제정신으로는 한마디도 못할거 같아

술 좀 마셨습니다

술먹고 메일 쓰는 거 아니라고 배웠는데...

여러분만은 그 사람 어쩔수 없었을거야라고 생각해주시기를...

다른 곳에서 다른 이유로 다시 만나면 좋겠습니다

그땐 저도 다른 위치에서요

내일은 해가 늦게 뜨면 좋겠습니다

 
양주일 드림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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