제목 : 마지막 메일일 것 같네요.
눈 떠보니 이시간이네요
술을 좀 먹고
노트북을 켜고
메일을 보내려다
식탁에서 잠이들었네요
몇번을 쓰고 지웠는지 모릅니다
드라이하게 사유만 적을까
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전달할까
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
이 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하고 기원했지만
오고야 말았습니다
매번 다음을 기약한다고 말씀 드렸지만
그 시간은 언제일지 모르게 아득히 멀어졌네요
누군가는 모든게 계획이지 않았냐고 분노하시겠지만
이런 이야기만은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
6개월전 부임할때만해도
좋은 회사 만들어 보겠다는 건 진심이었습니다
백마디 천마디 말을 해도
납득할 수 없는 말들일 것이고
머리론 이해해도 가슴이 거부할 거 같네요
그래도 잠시 함께 고민했던 조직장님들께
말씀은 드리는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라 생각합니다
여행업에 와서 만난 분과 술한잔 할때
그분이 그러시더군요
여행업은 미래를 가불해서 살아온 것 같다고
수탁고는 늘었고 통장은 가득했기에
제 살 깎아먹는 줄 모르고 살았다고
정상이 비정상이고 비정상이 정상같은 이상한 상황이네요
그냥 지금처럼 살다가
여행이 재개되면 다시 출근하고 일을 하면 좋겠지만
실낱같은 연을 유지하기에도
회사가 숨만 쉬기에도 어려운 상황입니다
이 재난은 오래갈 것 같습니다
다들 아시는 것처럼 다른 일을 찾으세요
여행이 재개 되더라도 다들 달릴 것이고
그럼 또 마이너스 경쟁이 될 것입니다
틀림없이 이 업계는 다운사이징으로 갈거에요
어제 노사협의회를 열어
희망퇴직과 정리해고에 대해 이야길 드렸습니다
그게 뭐 정리해고지 희망퇴직이냐 하시겠지만
지금은 그마저도 잔고가 없고 대출받아 지원하는 실정입니다
마음 같아서는 2달, 3달 급여로 하고 싶지만
100만원이 100명이면 1억이네요
그놈의 그 알량한
돈이 없습니다...
오늘 낮에 공지를 할 것이고
자세한 내용은 공지를 봐주시길 바랍니다
메일을 보내놓고
아침이면 후회할지도 모르겠습니다
제 글이 뉴스에 퍼질까 두렵기도 하고
그래도 이렇게 쓰는건
저도 한 사람이라는거
제정신으로는 한마디도 못할거 같아
술 좀 마셨습니다
술먹고 메일 쓰는 거 아니라고 배웠는데...
여러분만은 그 사람 어쩔수 없었을거야라고 생각해주시기를...
다른 곳에서 다른 이유로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
그땐 저도 다른 위치에서요
내일은 해가 늦게 뜨면 좋겠습니다
양주일 드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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